미래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고 우편배달부로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보내던 나는, 갑자기 눈이 흐릿해져서 정신을 잃은 사이에 타던 자전거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게 되는데, 그러한 나의 앞에 똑같은 모습을 한 의문의 존재가 등장한다. 악마라고 지칭하는 의문의 존재는 하루를 더 사는 대신에, 세상에서 어떤 것을 한가지 없앤다고 한다. 첫째날은 전화, 둘째날은 영화, 셋째날은 시계, 그리고 넷째날은 고양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테리즈에서 처음 보았던 일본풍 미소년인 사토 타케루さん과 여전히 동안인 미야자키 아오이さん 주연에 하마다 가쿠さん이 감초 역할을 하는 영화. 제목만 보고 이 무슨 집사꼬시기용 영화인가하며 관심을 가졌고, 코미디(코메디, 둘 다 표준어)인지 드라마인지 가늠이 안되는 타이틀을 달았네 라며 영화를 다운로드 받았다. 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포스터를 보고 코미디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은 했다. 원작이 소설이기도 하니까.
영화를 보면서 차라리 코미디였으면 좋았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이런 정도로 꽤 무거운 영화를 준비도 없이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힘이 들기 때문이다. 마음의 문제라구요.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작해서 부대 취사장에서의 야생냥이와의 연結び가 전부인 숱한 군역들부터 전문 집사들까지 낚아버렸으면서 고양이를 메인 테마로 볼 수 없는 영화를 만들어 놓았더라. 감독さん은.
하나하나 사라진다. 관계와 추억이 사라지기 시작하는데 주인공의 1인 2역은 모든 작품을 시청하지 않은 나로서 이런 글 적기가 부담스럽지만, 지금까지 내가 접한 작품들 중에서는 커리어 하이가 아닌가 생각된다. 소름이 끼칠정도로 잘한다. 분명 한 씬 한 씬 찍고 30분쯤은 쉬었다가 다시 이입해야만 가능할 것 같은 감정과 연기. 아니면 차라리 처음엔 하나의 역할만 쭈욱 찍고서 그 다음으로 넘어간다던가. 아니면 원래 그 정도는 쉽게 하는 분들이 연기자라는 타이틀을 달 자격이 있다는 걸까.
히어로즈라는 미국産 드라마가 있다. 이름에서도 추측가능하듯 영웅물이다. 돌연변이라고 불리우는 초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벌이는 이야기. 악역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 그 중 한 까만 아이티 출신 남자는 기억을 지워버리는 능력이 있는데, 어떤 늙은 부호를 협박하고 고문하는데 그 부호가 가장 두려워한 것이 딸과의 추억을 모두 지우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물건을 하나 하나 사라지게 한다는 가벼운 장난같은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그 물건으로부터 시작되는 관계와 추억을 없애고 뒤섞어버리는 무서운 설정으로 잠깐만이라고 외칠 새도 없이 변이해 버린다. 그래도 그쯤은 되어야 영화답지. 라고 생각은 했다만, 소년은 꿈에 살고 노인은 추억에 산다고 하더라. 관계와 추억을 희생한 외로움과 삶의 연장이 보상이라면 어떤 방정식이 성립될 수 있을까.
앞으로 다가오는 새해에는 유서를 한 번 써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년 그렇게 그 해에 죽을 경우를 대비해서 말이다. 유서의 존재의 목적도 있겠지만, 죽음을 앞두고 채운 종이에서 나는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분명 술에 만취한다던가 약에 취해서 적어야 속마음이 스멀스멀 잉크로 번져갈텐데, 맨정신으로는 부끄러운 이야기밖에는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흠. 깊은 우울의 늪에서라던가 터지기 직전의 하나비같은 마음으로 적어야 겠지만 작심二일이 일상인 내게 그건 너무 버거운 일이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