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DMAN /Iñárritu A. G.

처음 이 영화에 대해 알게된 것은 어느 주말 짤막한 영화 소개 프로그램의 마지막 멘트였다. 
위플래쉬의 포스터랑 은근 비슷한 검정과 빨강이 어우러진 포스터가 두 영화를 보기 전까지 머리속에서 혼란스럽기까지했다. 위플래쉬를 먼저 보고 "좋다!"라고 무릎을 탁! 쳤는데, 버드맨은 어딜 더 쳐야할 지 모르겠는 느낌.극중 리건이 한 말처럼 작은 망치로 끊임없이 balls를 얻어맞는 느낌...?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 레버넌트를 보았고, 버드맨에 대한 몇몇 검색 결과를 읽어봤기에 이미 엠마뉴엘 루베즈키님의 카메라 워크에는 익숙해져있고 또 기대가 되었는데 이건 더 매니악해서 놀랐다. 
레버넌트를 보면서도 언제 컷이 떨어지나를 기다리는데, 이건... 중간에 잠시 재생을 멈출 타이밍을 잡기도 힘들 정도였다. 
이 카메라워크에 대해서는 아카데미 2회 연속수상과 각종 시상식에서 다수의 노미네이트로 이미 증명이 되었지만 개인적인 느낌을 표현하자면, 영화가 마치 내게 "그냥 눈 떼지마!, 집중해!, 아직이야." 라고 말하는 것처럼 뭔가 자연스럽게 끌어당긴다기보다 흡입기로 빨아들이는 것처럼 잡고 놓아주질 않는 강제착석같은 느낌이었다. 숨돌리고 싶은데도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그런 느낌이 1g이라도 추가되면 바로 불편함으로 변할 것 같은 느낌. 몰입과 불편함의 간극에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보기싫은데 붙잡는다는 건 아니다. 탄성이 터지는 배우들의 연기! 이 영화가 극찬을 받는 건 이런 촬영술이나 시나리오나 대사를 쓰는 스태프들처럼 그 안의 연기자가 제 역할을 120% 수행해 내기 때문이다. 심지어 엑스트라, 행인 1,2,3 분들까지도 제 역할을 다 해낸다! 물이 흐르는 듯한 동선에 이어지는 최고의 연기가 아슬아슬하게 펼쳐진다. 그저 에드워드 노튼과 엠마 스톤만 알아보는 나인데 이 영화의 배우들은 개개인마다 흔히 말하는 인생작을 찍은 것 같다. 엠마 스톤을 꽤 좋아하는 데, 지금까지 본 모든 영화 중 최고의 연기가 아닌가 싶다. 이게 영화인 지, 연극인 지 헷갈릴 정도가 되어서야 이게 영화라는 걸 보여주듯 효과들이 등장한다.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결국 자아실현이 아닌가 한다. 식상할 수 있지만, 이 진부한 주제를 가지고 전혀 다른 영화들이 쏟아지고, 또 이런 대단한 영화가 나오는 걸 보면 과연 세상은 넓고 다른 생각들이 많구나 하는 걸 또 실감하게 된다. 영화를 감싸는 어딘지 모를 따듯함은 리건과 샘, 실비아의 연기에서 “가족애”라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끄집어 내지만, 어찌됐든 상투적이고 진부한 그 모든 것들이 전혀 그렇지 않다. 새로운 자극이며, 새로운 경험이었다. 새롭고 또 새로웠다.

영화에 대해 할 얘기는 정말 많은데 정리를 하기가 힘들다.

마지막으로 느낀 건, 엠마 스톤이 리건에게 독설을 퍼부을 때 소름이 끼쳤다는 것과, 그 부분에서 자막에 눈을 두어야만 했던 내 자신이 불편했고, 그래서 영화를 100% 즐기지 못한 것이 분하다. 그래서 자막없이 다시 온전히 그들의 연기를 즐길 시간을 조만간 내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