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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올레 코코노에 야마나미 코스 찾아가기


출발이 생각보다 꽤 늦어 비가 온다던 6시 이전에 코스를 다 걸어갈 수 있을 지가 걱정되던 와중 사람들이 다들 한 컷씩 찍은 버섯농장을 지나쳐왔다. 그리고 잠시 탁 트인 도로변으로 들어서니 직접 짜낸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판다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약 3키로 정도를 걸었을 까 잠시 휴식을 취하며 맛이나 볼 겸 발길을 잠시 멈췄다. 밀크랜드 팜이었다. 


밀크랜드 팜 간판 아이스크리무라고 적혀있다.



뭐야 이 퀄리티는? 이라며 조심스레 두가지 맛 아이스크림을 컵에 주문했다. 맛도 과연 좋았다. 아시아인의 대부분이 가지고 있다고 카더라는 유당불내증이 있다지만 맛도 좀 보고 이정도 양이면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겠지라며 슥슥... 그리고 비가 오기 시작했다. 준비했던 판쵸 우의를 꺼내어 가방위에 덮었다가 다시 일어나 길을 갈 채비를 한다. 






이 길 아니다... 이뻐서 당연히 이 길이겟지라고 생각했지만 우린 이 길을 금방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


그리고 되돌아온 후 길을 다시 되찾아 걸어가다보면 이런 나무다리가 나온다. 재밌는 것은 내내 들고 다녔던 지도에 나무다리를 건넌다. 라는 지침과 위치까지 표시되어있다. 우린 대략 6키로 지점을 지나고 있었다.


다시 제대로 길을 찾아 걸어나온 곳에는 보이는 것과 같은 조용한 호수가 있었고,  무단 출입금지라는 푯말과 함께 이 곳이 코코노에 자연관이라는 것을 이내 알 수 있었다. 6키로를 갓 지난 위치였다. 비가 오다말다 하고 있었기에 쉬었다 갈까 말까를 잠시 고민하는 사이 P군이 잠시 들러 쉬었다 가자고 하여 조용하고 작은 건물에 스미마센을 외치며 나무문을 옆으로 밀어 열고 들어갔다.




아이스 커피를 두잔 주문하니 가게와 어울리는 나무 트레이에 나무 접시, 두잔의 커피와 두잔의 냉수를 주셨다. 천천히 쉬다 가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잠시 틀어두었던 노래를 끄고 새와 비소리를 들으며 들러보길 잘했다는 말을 연신 해대며 바람이 만드는 호수의 물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기대보다 그 곳이 주는 느낌이 좋아 긴 시간동안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역시 일반적인 도심관광지 여행은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커피값은 이미 치뤄뒀으니 조용히 일어나 옆길로 길 위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쭈욱 뻗은 도로를 보며 와 하는 탄성을 질렀다. 이 길이 올레길이 아니라니 희안하네라고 생각하며 가는 길을 계속 갔다. 예전에 말길로 쓰이던 곳이라더니 말모양의 조형물도 있고 울타리가 조잡스럽게 늘어져있었다. 그리고 길을 계속 가니 마치 블루보틀 커피샵 로고에 독을 먹인듯한 weed 카페가 등장했다. 물론 멈추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길을 가다보니 느낌이 이상했다. 물길을 만날 일이 없는데 눈앞엔 물길이 있었고 다리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뒤로 돌아 1키로 정도 돌아와야 했다. 


weed를 파는 걸까...

노랗게 칠한부분이 잘 못들어선 길이다.

위의 정체모를 말모양의 조형물과 이런 카페를 본다면 코코노에 야마나미 코스를 벗어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길을 돌아가자.그리고 조용하게 비가 내리다 말다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야마나미 목장에 다다랐다. 



목장을 빠르게 패스하고 길을 이어가면 작은 숲이 나오고 그 숲을 벗어나오면 또 이런 탁트인 고원을 만날 수 있다.



구름은 계속해서 발걸음을 재촉하고 고원을 벗어나니 또 쭉 뻗은 길. 우린 그 길을 건너 다시 숲으로 숨어들었다. 이제 폭포를 보러 간다. 



꽤 최근에 매달아둔 듯한 올레 이정표.



잠시 휴식을 가지며... 결국 우린 시라미즈가와 폭포를 볼 수가 없었다. 폭포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긴 했지만 우리의 눈에 띄진 않았다. 그리고 굳이 찾아나서고 싶은 맘이 들었던 것도 아니었다. 우린 어느 순간부터 온천을 맹목적으로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숲을 벗어나왔다.





저 멀리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동네가 보이기 시작했다. 쵸자바루 비지터 센터다. 이미 시간은 5시를 넘겨버려 우릴 기다리는 이는 없을 걸 알고는 있지만, 쵸자바루 온천욕을 하기 위해 서둘렀다. 


시코쿠에서 자주 보던 이정표 말뚝을 보니 왜 그리 기뻤는지 모르겠다.



예상대로 쵸자바루 비지터 센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원래 무인센터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무인인데 왜 문이 잠겨 있는걸까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어찌됐든 코스를 걷기도 전에 꿈의 현수교에 있는 무인센터에서 스탬프는 이미 찍었기에 사실 별 볼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도착지점에서 찍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눈앞의 구름에 기가 꺾여 등산을 깔끔하게 포기했다. 버스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정류장에 표시된 시간들과 비교해가며 다음 날 일정을 계속 구상했다. 일단 우린 몸을 씻기 위해 쵸자바루에 즐비한 온천을 일단 찾아가 온천욕을 하며 생각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기저기서 줏어 온 팜플렛에서의 쵸자바루의 온천은 이랬다. 대략 10군데 정도의 숙박시설이있고 따지자면 한국에도 있는 산밑의 산장, 새벽 등반을 하기 위한 산장, 호텔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듯한데 물론 시설은 꽤 그럴 듯하다. 그리고 우리가 주목한 두곳의 온천, 칸노지고쿠 온천과 쵸자바루 온천이다. 우리는 칸노지고쿠 온천에 들러 숙박없이 온천만 가능한 타치요리 立ち寄り가 되느냐고 여쭈었다. 시간이 너무 늦어 타치요리는 안되고 숙박을 하면 쓸 수는 있다고 했다. 물론 숙박도 저녁을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빠듯해 주인장이 여러가지를 체크하느라 바빠보였다. 숙박과 식사 2식을 포함하여 꽤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했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예산과는 단위가 달랐다. 그야말로 단위가.... 텐트는 0원... 슬프지만 주변의 온천장을 여기저기 들쑤시며 30분이 지났을까... 그 와중에도 왔다갔다하며 시간을 끌었고, 체력과 시간을 낭비했다. 와중에 해는 저물어가고 바람도 세지기 시작했다. 팜플렛에서 보았던 두번쨰 온천... 쵸자바루 온천이라고 써있던 그 온천은 어디인가 알고 싶어 쵸자바루 온천이 어디냐고 물어봐도 이 근처 온천 모두가 쵸자바루 온천이라는 우문현답이 오갈 뿐. 팜플렛에서나 존재하는 그런 온천인가 싶었다.




칸노지고쿠 온천, 일본에서도 몇안되는 냉천이라고 한다.

이곳이 우리가 찾아 헤매던 쵸자바루 온천...


쵸자바루 온천이 무슨 문제겠는가 그냥 우린 숙박없이 씻을 수만 있는 곳.. 우릴 받아주는 곳이면 좋았다. 대여섯군데의 호텔을 전전하다 마침내 우린 "호쇼호텔"에 이르렀다. 아... 왠걸, 들어서자마자 씻으러 오셨느냐고 물어본다... 네. 씻으러 왔어요!!!!!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대답하고 밖에서 기다리던 P군에게 당장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9시까지 탕을 운영하고 800엔에 작은 수건이 100엔이었다.   



복도가 어째서 그렇게 길었던 걸까...


정말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이 호쇼 호텔의 산동의탕 星生ホテル 山東の湯이 바로 우리가 찾던 쵸자바루 온천이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사람이 없다. 왜일까...찍으면 안되는 거긴한데 사람이 없어서 빠르게 .....

구글지도 : https://goo.gl/maps/qrCe9WKre8u
공식 홈페이지 : http://www.hosshouhotel.co.jp/onsenkan.html

유황 냄새가 코주위에서 뭉게뭉게 거리고 있었다. 오늘 있었던 고생이 모두 보상받는 것 같았다. 분명 저 구주연산을 오르기위해 여기서 숙박하고 등산을 한 뒤 또 내려와서 쉬고 가는 그런 일정으로 한국의 등산객들을 꼬신다면 넘어올 사람들이 꽤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나부터... 그리고 로비에서 인터넷을 하며 내일 일정을 확인하고 다시 쵸자바루 비지터 센터 근처로가서 텐트를 쳤다.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불어서 밖에선 버너에 불도 잘 붙질 않았다. 그래서 그냥 텐트에서 컵라멘과 스파게티를 해먹고 맥주를 마셨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더니 피로가 싹 가시고 온천을 끝내니 바람이 시원하게 불기 시작해서 더 땀도 나지 않고 모든 상황이 너무나 완벽했다. 물론 다음날의 비가 조금 걱정되었지만 이미 올 것을 아는데 더 두려울 것도 없었다. 





스파게티마저 완벽했다. 시장이 최고의 반찬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 오토캠핑지에서 먹는 삼겹살보다 백패킹으로 산에 올라가 베어먹는 소세지가 더 맛있을 수도 있다. 그런 스파게티였다.

하루가 아주 길었다. 간만에 걷고 싶어 걸었던 길이었고 마치 패키지처럼 온천욕에 음식까지 기억에 남을 그런 날이었다.고 기록하고 싶다. 다음날의 일정은 아침의 날씨를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이미 예보는 몇번이나 봐뒀지만 또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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