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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첫날의 자유감에 미안한 일이지만 첫 날 밤은 절주를 했다. 그리고 다행히 8시 15분의 버스를 타기에는 넉넉한 시간에 일어나 숙소를 나섰다. 니시테츠 텐진 버스터미널 버스 승차장에 도착하여 티켓머신에서 예매번호로 쓰인 핸드폰 번호를 입력해 보았다. 화면에 표시된 금액은 예약할 때 들었던 금액과는 달랐다. 예약 시 들었던 금액은 "니마이-킷푸"라고 2장 구매시 할인이 되는 티켓이었던 모양이다. 직원에게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해당 할인은 티켓머신에서는 적용이 되지 않고 창구에서만 적용 가능한 것 같았다. 발권을 위해 다시 한번 창구의 직원에게 내 번호를 알려주고, 니마이 킷푸데 오네가이라고 소곤거린 후 에야 할인된 금액으로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5번 승차장 근처에서 유후인을 향하는 버스를 기다렸다. 1번 승차장 근처에 있는 로ー손에서 산 삼각김밥으로 속을 채우고 거듭 코코노에 IC, 코코노에 인터체인지(九重IC)를 경유하는 지를 확인했다. 큰 버스가 눈앞으로 들어왔고 사람들은 담담하게 이 버스가 맞는 지 확인을 하며 승차를 시작했다. 승차를 준비하며 왜 예약하지 않으면 탈 수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은 탑승인원이 탔다. 의아함도 잠시, 버스는 하카타 버스터미널에서 정차했고 버스는 이내 만석이 되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2시간을 달려 목적지인 코코노에 인터에서 고속도로를 잠시 빠져 나와 P군과 나만을 내려주고 다시 유후인으로 관광객들을 데려갔다. 


우리가 일정을 잡은 후 부터 도착할 때까지 줄곧 날씨는 비를 가리키고 있었고 오는 중에 간간히 와이퍼가 움직이는 모습은 선잠을 자고 난 후 유일하게 기억나는 장면이었다. 이 코코노에 인타ー(九重インター)에서 내리면 된다. 사실 한국어로 안내방송이 시끄러울 정도로 많이 나오니까 잠들지만 않으면 된다.


여기가 바로 직접 오기 전까지 어떤 느낌일 지 상상이 되지 않았던 코코노에 인터 정류장이다. 다행히 이 곳은 비가 내리지 않았고 내렸다 해도 잠시 숨을 돌릴 만한 화장실과 자판기, 공중전화 그리고 이곳을 경유하는 고속버스와 지역버스의 시간표가 적힌 판 안내판이 있다. 미리 알아본 바대로 11시 11분 버스를 확인하고 보니 대략 50분 정도의 여유인 지 아닌 지 모를 시간이 예정대로 우리에게 주어졌다. 버스는 코코노에 IC에서 분고나카무라역(豊後中村駅)을 거쳐 꿈의대현수교(大吊橋中村口)에 이르기에 주변에 딱히 편의 시설이 없음을 확인하고 바로 분고 나카무라 역으로 향했다. 분고 나카무라로 가는 길이 헷갈릴 수 있는데, 위 사진을 찍는다고 하고 바라보고 등 뒤로 180도 돌아서 걸어 가면 된다. 그리고는 크게 헷갈릴 일이 없다. 대략 10분정도 걸으면 분고나카무라 역과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위에서 삼각형부분이 코코노에 인터 정류장이다. 연한 붉은선대로 걸어가면 고속도로 위로 다리를 건널 수 있다.

위의 이정표를 확인할 수 있다면 제대로 온 것이 맞다. 목표했던  분고 나카무라역(JR豊後中村駅)쪽으로 돌아보면 이 마을 규모에 딱이다 싶은 규모의 상점이 있다.


그날 밤 야영을 하며 먹을 식량을 고르고 당장에 먹고 싶은 것들을 골라야했지만 현수교 근처의 식당과 코스 중에도 먹을 거리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대어 눈앞의 유혹을 외면할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여기서 뭐라도 먹는게 더 낫지 않았나 싶지만 항상 그렇듯 미련일 뿐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매우 먹고 싶었는데 간신히 참아내었다.라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겠다. 이 날 오후에 예정된 비가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도 알 수 없었기에 일단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 맞은 편의 역으로 향했다. 그저 시간을 좀 보내다 버스를 타고 가면 되겠거니 하며 잠시 역 안을 둘러보았는데, 단순 역무원분뿐만 아니라 무언가의 안내를 위한 공간에 연약해 보이지만 주어진 일은 똑부러지게 처리할 것만 같은 인상을 풍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얇고 가벼움이 느껴지는 안경을 쓴 아줌마가 있었다. 그리고 벽면을 가득 채운 팜플렛들 중 여러 컨셉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지도들을 챙기며 비로 인한 기상악화에 대비한 플랜B를 세울 요량으로 안내원분에게 스미마셍을 외쳤다.  


구글에서 확인해 본 적이 있는 분고 나카무라 역.


 

미리 체크했던 시간표도 조금 더 알아보기 쉽게 준비되어 있었다. 

안내원분에게 여러가지를 여쭈어 보았다. 만약 우리가 등산을 하지 않는다면 등산을 하지 않고 구주고원캠핑장을 가거나, 또는 방향을 아주 틀어 유후인과 벳푸 사이에 위치한 시다카 호수 캠핑장(志高湖)을 갈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가능성에 대해 확인한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이 날의 도착지인 쵸자바루(長者原)에서 바로 벳푸로 가는 버스의 시간표, 유후인을 거쳐 시다카호수로 가는 오전의 기차와 버스 시간표, 그리고 그 방법들이다. 안내원분이 서너장의 시간표를 손바쁘게 찾아봐 주시고 전화를 해가며 완성하여 내게 내민 한장의 종이 위에는 최고의 플랜B가 알아보기 쉬운 글씨체로 적혀져 있었다. 

우리는 기상 상황이 좋지 않다면 우린 코코노에 야마나미 코스의 끝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이 분고 나카무라역으로 돌아와서 기차를 타고 유후인에서 버스로 갈아탄 뒤 시다카호수로 이동한다. 이 것을 대안 계획으로 삼자 거짓말 처럼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거슬릴 정도로 많이 왔지만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챙겨뒀기 때문일까 자 이제 놀 준비가 되었지?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은 빗소리가 들렸다. 덧붙이자면 환승 대기 시간(?)이 끼니를 떼우거나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버스를 예매하기에 아주 적당한 시간인 1시간 10분 정도였고, 사실 이 종이를 받았을 때부터 빗속의 등산보다는 멋들어지게 시간이 척척맞아 떨어지는 이 플랜B에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도로가 좁아 이런 식으로 상하행의 길목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렇게 3분이 흘렀다. 


코코노에 꿈의 대현수교에 도착했다. 

코코노에 꿈의 대현수교는 길이 390m에 최대 높이가 173m의 보행 현수교로 개장한 2006년 10월부터 길이 400m의 시즈오카현 미시마 현수교가 개장한 2015년 12월까지 일본 최대 길이 최대 높이 현수교였다. 지금도 일본 최대 높이 현수교이며 2017년 3월 1일부로 방문객 천만명을 넘긴 나름의 관광포인트.


규슈올레 무인안내소

스탬프와 작은 안내 지도

한글이 일본어 보다 위에 적혀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조금 더 현수교 쪽으로 가면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이곳의 안내원분에게 문의하니 규슈올레 전체 가이드 책자를 내주셨다. 한글버전과 일본어 버전이었다. 그리고 또다른 팜플렛.


다시 무인 안내소에 들러 제대로 코코노에 야마나미 코스 위치에 도장부터 찍는다. 몇몇 블로그에서 도착지점인 쵸자바루 비지터센터에서 찍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리 찍을 수 있었고, 저 책자를 후쿠오카에서 구해서 오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다행히 현수교 관광안내소에서 받을 수 있었다. 날짜는 직접 적어주고 이제야 모든 준비를 마쳤다. 배를 채우고 길을 나서는 일만이 남았다. 


한글이 친절하게 적혀있다. venison은 처음 보는 단어인데다, 레디ー스 버거가 굉장히 궁금했지만 선택은 물론 드림 버거☆. 아메리카도리무바ー가ー.

감상을 말하자면, 확실히 기대 이상 이었다. 꽤 배도 불렀고 맛도 있었다. 일본은 관광지 음식도 충분히 나름의 포인트를 두고 만들어 파는 구나라는 생각을 지금까지 수차례 했는데, 여기 이 드ー림바ー가도 좋은 사례가 되었다.  잠시 마지막 화장실 정비를 하고 마음을 추스린다. 비가 오기 전에 빨리 떠나자며 P군을 재촉했다. 


코스 이야기는 사실 보잘것 없지만... 쨌든 다음 포스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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