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잡담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돌길이 2016. 12. 14. 11:56

요즘 세상에는 없는 게 없다. 정보화 시대의 장점이리라. 모르는 것, 불확실한 것을 차분하게 구글에 물어보는 시대가 왔다. 불확실한 정보와 근거를 가진 옆 사람에게 물어보기보다 말이다. 상대에 따라 그 빈도가 달라지기야 하겠지만 의견이 아닌 근거와 원리, 원인을 알고 싶을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때때로 불완전해지는 인간의 기억과 사고를 우리는 쉽게 믿을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을 것인데도 인터넷이라는 절대적인 강자가 비교 대상으로 존재하기 시작하며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와 믿음은 위협받고 있다. 대안이 없었을 때야 부모님과 형제들의 말에 강한 신뢰가 있었겠지만 대안이 존재하는 지금은 그것마저 무색하다.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라는 글은 띄어쓰기도 하지말고 마침표도 찍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읽었다. 오 일리 있는데? 진짜? 설마? 本当に?Really? 등등 그리고 이내 찾아보았다. 역시나 근거없는 이야기. 그런데 웃긴건 이렇게 아는 사람들이 많고 의문을 품지 않는 사람들이 꽤 있긴 있더라. 그런 개인의 호기심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이 글을 적기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국립국어원에서 발견한 질답에 따르면 이전에 적었던 글과 비슷하다. 예전엔 "띄어쓰기"라는 개념이 없었고 그때부터 쓰이던 말이며, 조의를 표하는 일이 예전부터 이어진 일이니 그렇게 말하는 것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당하는 일에만 국한된다는 것이 의아하긴 하지. 따지자면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라던가 행복하세요 따위의 글도 띄어쓰지 말아야겠다. 결혼을 축하하는 일도 조의를 표하는 것만큼 오래된 일일테니. 물론 결혼식의 축의금 문화, 행태에 대해서는 아직 따로 알아본 바는 없다.

어쨌든 국립국어원의 답변은 아래와 같다. 


안녕하십니까?


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완결된 문장 형태를 갖추었으므로 끝에 온점을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한글맞춤법의 문장 부호 규정에는 표어(꺼진 불도 다시 보자)나 표제어(압록강은 흐른다)의 경우에는 온점을 쓰지 않는 것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조의금 봉투나 근조 화환에 해당 문구를 쓰는 경우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와 같이 온점을 쓰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한글 맞춤법 문장 부호 규정의 일부를 붙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Ⅰ. 마침표[終止符]
1. 온점(.), 고리점( ) 
가로쓰기에는 온점, 세로쓰기에는 고리점을 쓴다. 

(1) 서술, 명령, 청유 등을 나타내는 문장의 끝에 쓴다. 
젊은이는 나라의 기둥이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집으로 돌아가자. 

다만, 표제어나 표어에는 쓰지 않는다. 
압록강은 흐른다(표제어) 
꺼진 불도 다시 보자(표어) 

2. 한글맞춤법 제2 항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에 따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로 띄어 써야 합니다.


좀 더 강하게 조롱하는 기사는 다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종대왕도 모르는 우리말 상식]

그러니까, 조의금 봉투에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와 같이 적는 일은 없어야겠다. 혹여 누가 그것을 보고 인터넷의 폐해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말이 길어질테니까 말이다.

굳이 중국어-광동어-고립어-교착어-한국어-한글-훈민정음-형태소-챗봇-심심이 까지 surf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는데, 어찌됐든 올바른 띄어쓰기 생활과 글짓는 연습을 영위하자는 마음을 다시 한 번 굳혀본다.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덜 자주 씻기와 Sustainability  (0) 2017.01.09
Doodle Portfolio  (0) 2017.01.04
계기  (0) 2016.12.01
교재  (2) 2016.08.26
The thing I am frustrated about.  (0) 2016.08.25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