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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7년 쯔음 나는 카우치서핑에 심취해 있었다. 여행객들과 현지인들의 교류를 돕는.

일본에 관심이 많아, 일본의 유명한 (레퍼런스가 많은)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お遍路라는 알아보기 힘든 글자를 발견한다.

찾아보니 무슨 88개의 절을 돌아다니면서 순례를 하는 거라고한다. 유럽에서 수학하던 시절에는 카미노를 알지 못한 채로 귀국하여 크게 후회하였는데, 크게 구미가 당기는 것이 아닌가?

간략하게는 일본 진언종을 창시한 쿠카이, 코보대사가 수행하며 돌은 88개의 절을 그의 발자취를 따라 돌며 순례하는 것. 길이가 대략 1200km~1400km인 대장정이다. 스페인 카미노는 800km 가량, 제주 올레 전 코스는 425km 가량.

 

나는 43번절까지 순례했다. 나머지는 언젠가....

 

자세한 소개는 시코쿠 88개소를 확인해 보자.

 

불교와는 크게 인연이 없지만, 인도에서 일하던 시절 몸으로 어렴풋이 느꼈던 삼사라, 윤회, 물레방아, 우동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끈을 계속 이어가다보니 멈출 수가 없었다.

하여, 이직을 하는 타이밍에 시간을 내어 그간의 사회생활과 앞으로의 일을 정리할 겸 짐을 싸보았다.

이 때문에 폴대 없이 트레킹 폴을 이용해 설치하는 텐트도 구매하고, 판초우의, 헤드랜턴 등등 몇가지 용품을 구매하며 의지를 다졌다.

 

텐트 침낭 옷 보조가방 매트 수저 밥그릇 냄비 버너 랜턴 칫솔 이어폰 카메라 책 안경 부채 노트 펜 여권 지갑 우의 베개 장갑 두짝 샌달 펙 타프 상비약 물통 ... 여기서 구성이 좀 바뀌긴했지만 여튼 대략 저정도의 짐이었다.

 

그리고 알라딘에서 오헨로 관련 서적 두권을 구입해서 바로 다 읽었고, 팁이나 숙영지 같은 중요한 정보는 모두 사진으로 찍어둬서 필요할 때마다 볼 수 있도록 준비 했다.

 

 

사실, 누군가 옆에서 속삭여 주지 않는 이상 저 책을 아무리 읽어도 현지 분위기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 속삭여 준다고 해도 그렇다. 지금이야 한껏 길을 누비다 와서 이제 다시 돌아가면 어디서든 더 자유롭게 숙영지를 구축하고 물자 공급이나 계획 등등 잘 세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대뜸 옆나라에 가서 길에서 텐트를 치고 잔다니, 상상력이 아무리 풍부하더라도 경험이 없으면 쉽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도 워낙 정보가 없어서 저 책에서 소개한 숙박지 또는 숙영지 정보가 심신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순례 도중 23번의 잠자리 중, 심한 우천으로 인한 두번의 숙박지 이용, 봉변을 당해 어쩔 수 없이 3박을 고치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보낸 것을 제외하면 18박을 텐트 또는 그냥 침낭만 덮고 노숙을 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곳도 있었고, 또 도중에 인터넷에서 일본인이 노숙지를 정리해둔 곳을 알게 되어 그 리스트를 번역하고 찾아내서 숙박한 곳도 있었다. 이 이야기는 차차하도록 하자..

 

길은 뻗어져 있고, 나는 아직 끝에 다다르지 못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이 길은 원을 그리는 순환참조의 늪에 빠져있다. 빅브라더가 그만하라고 목덜미를 잡아 들어올리기 전까지는 계속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글을 이어 나가야 할 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걸로 프롤로그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페이지는 작성이 된 것 같다.

 

여행 때 쓴 수첩을 찾는데 정리가 안되어있어서 한참 정리하고 왔다... 이 여행기는 기억과 추억을 정리하는 데에 의의를 둔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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